좋은 부모를 붙였는데, 왜 자손은 다를까요? — 다인자유전과 브리딩 기록
멋진 부모 사진을 보면 자손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형제라도 색과 무늬,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뉴크레도니아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포장과 보관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브리딩에서 자주 듣는 ‘다인자유전’을, 다음 페어링을 고르고 자손을 기록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풀어보려 합니다.
먼저 세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여러 유전자가 관여할 수 있다는 것, 사진에서 보이는 차이가 모두 유전적 차이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한 마리보다 전체 자손의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뉴크레도니아의 스쿠나. 흑백신사(HIGH QUAD)의 헐크 2세입니다. 실제 원본 사진이며, 이 사진만으로 특정 유전형이나 자손의 표현 확률을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1. 다인자유전은 ‘여러 유전자가 한 형질에 관여한다’는 뜻입니다
다인자 형질(polygenic trait)은 둘 이상의 유전자가 영향을 주는 특징입니다. 여기에 환경의 영향까지 함께 다루면 다요인성(multifactorial)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두 말은 관련 있지만 같은 뜻은 아닙니다. NHGRI 다인자 형질 설명
유전자 하나가 모든 모습을 결정하는 스위치라기보다, 여러 조절 장치가 함께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각 유전자의 효과가 모두 같거나, 항상 단순하게 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인자유전이면 멘델의 법칙이 사라진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각 유전자좌에서 대립유전자가 전달되는 과정과, 여러 유전자좌의 결과를 합친 전체 모습은 구분해야 합니다. 여러 요인이 겹치면 겉모습을 한 가지 3:1 비율로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유전자좌는 유전자가 놓인 자리, 대립유전자는 같은 자리에 있는 서로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FAO 유전 원리 설명
2. 같은 부모여도, 자손에게 전달되는 조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리를 보기 위해 실제 크레와 무관한 가상 모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부모가 모두 AaBbCc이고, 서로 독립적인 세 유전자좌에서 대문자 대립유전자 하나마다 1점씩 더해진다고 가정합니다. 우성·상위작용·환경 영향은 없다고 둡니다. 여기서 대문자는 ‘우성’ 표시가 아니라 점수에 기여하는 버전의 기호입니다.
도해 1. 세 유전자좌가 독립적으로 분리되고 효과가 동일하게 더해지는 가상 모형. 0~6점의 이론적 확률은 각각 1·6·15·20·15·6·1을 64로 나눈 값입니다. 실제 크레의 색·무늬나 퀄리티 예측표가 아닙니다.
같은 부모 조합에서도 자손이 받을 조합은 하나가 아닙니다. 이 모형의 부모는 둘 다 3점입니다. 가운데 점수가 상대적으로 흔하고 양끝 점수는 드물지만, 이것은 위 가정을 둔 모형의 결과이지 우수한 부모의 자손이 반드시 평균으로 낮아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64마리를 얻으면 그림의 숫자대로 정확히 나뉜다는 뜻도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같은 염색체에서 가까이 있는 유전자들이 함께 전달되는 연관, 다른 유전자가 효과를 바꾸거나 가리는 상위작용, 서로 다른 효과 크기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상위작용은 같은 자리의 두 대립유전자 사이에서 말하는 우성·열성과도 구분합니다. 따라서 ‘다인자’라는 말만으로 특정 부모의 자손 확률을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NHGRI 상위작용 설명 · NHGRI 유전적 연관 설명
3. 크레의 ‘색과 무늬’를 어디까지 유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증거의 단계가 있습니다. ‘닮은 자손이 반복해서 나온다’는 관찰, ‘여러 유전자가 관여할 것 같다’는 가설,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작용하는지 확인했다’는 검증은 서로 다릅니다.
크레스티드 게코의 참조 게놈 연구는 발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연구가 곧 트라이의 색 대비, 월의 면적, SPT라는 계통의 유전자 수와 유전력을 밝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에 확인한 공개 연구만으로는 그런 수치나 기전을 확정할 수 없었습니다. Huang 등, 크레스티드 게코 참조 게놈 연구
그래서 이 글에서도 이들을 모두 ‘입증된 다인자 형질’로 묶지 않겠습니다. 다인자유전의 일반 원리를 배우되, 아직 모르는 부분은 기록으로 좁혀가자는 취지입니다.
도해 2. 실제 형질에 영향을 주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진에서 값을 읽을 때 생기는 촬영·측정 요인을 구분한 개념도입니다. 각 요인의 기여 비율을 나타낸 그림은 아닙니다.
브리더가 비교하는 것은 대개 DNA 자체가 아니라 표현형, 즉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여기에 성장 단계와 관찰 당시의 상태가 다르고, 사진의 조명·각도·보정까지 다르면 비교가 더 어려워집니다. 사진을 남길 때는 가능한 한 배경·빛·거리·각도를 맞추고, 나이와 관찰 상태도 함께 적는 편이 좋겠습니다.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특정 모습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4. ‘유전력이 높다’는 말은 좋은 자손이 나올 확률이 아닙니다
유전력(heritability)은 특정 집단과 환경에서 관찰된 형질 차이 중, 유전적 차이로 설명되는 비중에 관한 통계 개념입니다. 한 개체가 형질을 얼마나 ‘강하게 밀어주는지’와 같은 뜻으로 쓰면 혼동이 생깁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유전력 설명
예를 들어 유전력이 0.6이라고 해도 ‘자손의 60%가 부모를 닮는다’, ‘이 개체의 모습은 유전 60%와 환경 40%로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집단과 조건이 바뀌면 추정값도 달라질 수 있고, 높은 유전력이 환경 관리의 중요성을 없애지도 않습니다.
선발을 공부할 때는 유전적 차이 중에서도 대립유전자들의 평균 효과를 더해 설명하는 부분인 ‘상가적 유전분산’을 살펴봅니다. 이 부분이 전체 형질 차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좁은 의미의 유전력’이며, 선발에 따른 다음 세대의 평균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다른 종의 유전력 수치를 크레에 가져오거나, 몇 마리의 자손만 보고 우리 페어링의 유전력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FAO 정량 형질과 유전력 설명
5. 가장 멋진 한 마리와, 그 조합의 반복성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가상의 기록입니다. 두 페어링에서 각각 20마리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가정하고, 미리 정한 목표를 충족한 자손을 표시했습니다.
도해 3. 두 페어링의 가상 관찰 기록입니다. 목표 충족 2/20과 10/20은 각각 그 표본에서 관찰한 비율이며, 다음 번식의 확률이나 유전력 추정값이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한 마리씩만 보여주면 나머지 자손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체 평가 수, 목표에 도달한 수, 표현의 범위와 예외를 함께 남겨야 다음 조합을 판단할 근거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이 그림만으로 두 번째 페어링의 유전적 우위를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성장 단계, 사육 조건, 평가 기준이 같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자손이 한 가족과 환경을 공유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멋진 결과는 반갑게 보되, 몇 번의 성공을 곧바로 ‘고정됐다’는 말로 바꾸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FAO 선발과 결과 평가
6. 다음 페어링부터 남겨볼 기록
복잡한 유전 계산보다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비교할지 정하고, 같은 방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아래 항목은 이를 위한 실무 제안입니다.
① 목표 형질을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전체적으로 고퀄’ 대신, 정해 둔 옆면 범위의 밝은 패턴 면적처럼 관찰 대상을 나눠봅니다. 사진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기준 사진과 평가 규칙을 먼저 남기고, 결과를 본 뒤 유리하게 바꾸지 않습니다.
② 부모와 전체 자손을 연결합니다. 부모 ID, 확인된 혈통과 친연 관계, 페어링·클러치 ID, 부화일, 자손 ID를 남깁니다. 확인되지 않은 친자 관계는 ‘추정’으로 구분합니다. 분양·이동·관찰 누락으로 평가하지 못한 자손도 수와 이유를 기록합니다.
③ 비교할 시점과 사진 조건을 맞춥니다. 비교 가능한 성장 단계에서 같은 각도로 찍고, 촬영일·나이·체중·관찰 상태·사육 조건의 변화를 함께 적습니다. 체중 하나만 같다고 같은 성장 단계로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④ 외형과 건강·번식 기록을 함께 봅니다. 성장 경과, 확인된 건강 문제, 번식 및 부화 결과도 별도로 기록합니다. 목표 외형이 좋다는 이유로 다른 문제를 가려서는 안 됩니다.
⑤ 다음 조합을 판단할 때 가족 전체를 다시 봅니다. 부모 한 장뿐 아니라 형제와 이전 자손의 분포, 같은 기준으로 관찰한 다른 가족의 기록을 참고합니다. 좋은 개체 한두 마리에만 번식을 집중하면 친연 관계가 빠르게 좁아질 수 있습니다. 원하는 표현을 선발하는 일과 근친교배는 같은 말이 아니며, 가까운 혈연의 반복이 필수도 아닙니다. FAO 선발과 근친 관리
한 줄 기록은 이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모 ID / 클러치·자손 ID / 부화일 / 관찰일·나이·체중 / 평가 기준과 결과 / 사진 파일 / 건강·환경 메모
기록을 위해 번식 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빠뜨리지 않고 돌보며 기록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공부의 다음 순서
유전형과 표현형 → 대립유전자의 분리·재조합·연관 → 상가 효과와 우성·상위작용 → 유전력과 선발 → 가계 기록과 근친 관리. 이 순서로 연결하면 용어가 실제 브리딩 질문과 만납니다.
다인자유전을 공부한다는 것은 ‘원하는 아이가 몇 % 나온다’는 공식을 하나 얻는 일보다, 어떤 기대에는 근거가 있고 어떤 부분은 아직 확인이 필요한지 구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멋진 한 마리의 사진에, 그 아이가 나온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이 더해지면 브리딩 이야기도 더 깊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음 세대에서 가장 확인하고 싶은 형질을 어떤 기준으로 기록하고 계신가요?
글·도해 | 뉴크레도니아
일반 유전학과 선발 원리를 브리딩 기록에 적용해 정리했습니다. 인용한 FAO 자료는 양식어류를 대상으로 한 교육 자료이며, 특정 수치나 사육·번식법을 크레스티드 게코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사진 외 도해의 수치는 모두 설명용 가정입니다.